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 '동서의학의 만남'
의료의 역할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넘어 치료 이후 기능 회복과 삶의 질까지 살피는 방향으로 확대되며 '통합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비롯한 여러 의료 분야의 강점을 환자 상태에 맞게 연결하는 것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일상 회복까지 고려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앞서 자생한방병원은 지난달 28~29일 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인디애나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제6회 2026 자생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동서의학의 만남: 소아부터 노년까지 근골격계 건강을 위한 통합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학술대회에는 미국 인디애나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의과대학 등에서 국내외 전문가 50명이 연자로 참여했으며, 의료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의 강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근거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통합의학의 핵심 과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통증 원인까지 살펴야"
통합의학은 단일 질환이나 신체 부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의 증상과 신체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 치료 방향을 찾는다. 통증을 유발하는 조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후에 생긴 이차성 통증 유발점까지 치료한다. 초음파를 이용해 약침 주입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초음파 약침술이 하나의 예다. 한의학과 영상 기술을 접목한 방식으로, 지난해 발표된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음파를 활용한 약침 주입이 일반적인 주입 방식보다 통증 감소 반응이 17% 높았다. 특히 요추 부위에서는 통증 감소 반응이 27% 높게 나타났다.이진호 병원장은 "만성 통증 환자는 손상된 부위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주변 근육과 근막에 긴장이 생기는 등 처음 다친 곳보다 그 뒤에 생긴 문제가 더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며 "영상에 보이는 병변만 쫓아서는 통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뼈·근육·폐경 여성에 적용
통합의학적 접근은 뼈 건강 관리, 폐경 여성 치료, 근육 회복 치료 등에도 적용된다. 질환이 발생한 장기나 병변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신체 기능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까지 고려해 다양한 치료를 조합하는 식이다.인디애나 의과대학 정형외과 멜리사 A. 카세나 석좌교수는 "성장, 발달, 노화, 골격, 골수를 전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의학적 접근을 활용해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폐경 여성 치료에서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골밀도와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는 서양의학적 접근에 환자 체질, 증상에 맞춰 치료를 달리하는 한의학적 접근을 접목한다.인디애나 의과대 산부인과 라나 스나이프 베리 교수는 "개별화된 한방 요법 등을 기존 호르몬 보충 요법과 함께 고려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근육 회복 치료 시에도 서양의학의 기계치료와 한의학의 추나요법 등 서로 다른 치료법을 비교 분석해 적합한 방법을 찾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인디애나 보건·인간과학대 M. 테리 로그마니 교수는 치료 중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방향뿐 아니라, 환자 상태, 치료 후 신체 반응까지 측정해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통합의학에서는 환자 연령에 따른 자극 반응의 차이 또한 고려하고 있다. 환자 연령에 맞춰 강도와 적용 방식을 조절해 최적의 치료 조합을 완성하는 식이다. 켄터키대 물리치료학과 에스더 뒤퐁-베르스테그덴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젊은 개체일수록 기계적 자극에 의한 근육 재생이 뚜렷한 반면, 나이 든 개체에서는 강한 기계적 자극이 오히려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 연결'이 핵심
통합의학이 의료 현장에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각 치료법의 효과와 적용 기준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AI가 제시한 정보를 그대로 임상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제레미 Y. 응 조교수는 "생성형 AI가 존재하지 않는 참고문헌을 생성하거나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AI를 연구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실제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적용할지는 임상적 판단과 검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통합의학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기존 의학의 한계를 보완해 환자 치료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호 병원장은 "통합의학은 여러 치료법을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찾아가는 과정이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의학 분야를 연결해, 보다 발전된 의료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다"고 했다.